[현장+] 마이스 교류의 장이 된 '마이스인쇼'...화두는 역시 'AI'
2025-11-26
충청북도 오송 청주오스코에서 지난 25일 열린 '2025 코리아 마이스 어워드&컨퍼런스'에서 마이스 전문가들은 경주 APEC의 성공적인 개최가 지역 마이스(MICE) 산업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조덕현 경주화백컨벤션뷰로 본부장은 '지역마이스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 본부장은 지역마이스 발전이 저조한 이유로 공공부문 서비스와 인프라를 구축해도 이를 활용할 민간 비즈니스가 지방에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점을 꼽았다. 조 본부장은 "광역지자체와 달리 대부분의 기초지자체는 인프라 구축에 여력이 없다"며 지역군을 그룹으로 묶어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태영 인터컴 대표는 'PCO, 전문성으로 주최자와 함께하는 연출가'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APEC이 성공한 요소로 △20년 이상 20~40여개의 협력업체로 구성돼온 다자회의 전담 클러스터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행사의 기록화를 꼽았다. 특히 그는 경주 APEC의 성과를 '의궤'처럼 하나의 기록유산으로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정상회의에만 초점을 맞춘 일반 정상회의와 달리 APEC은 경제체가 중심이 되는 회의로, 실상 회의기간이 1년 내내 이어지고 10억원 규모의 회의 200~250여개가 APEC 기간에 열린다. 이번 APEC으로 창출된 예상 경제 효과는 7조4000억원, 전체 참여자는 2만~2500명에 이른다.
인터컴은 APEC 총괄대행업체로 전체 회의로드맵을 APEC준비기획단에 제시하고 협력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2023년부터 준비해오며 안전한 행사, 물 흐르듯 매끄러운 행사를 진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APEC을 통해 경주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 특히 한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시설과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를 들어, APEC이 제2잼버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등 부정적 시선이 많았다"며 "과거 정상회의는 완성된 컨벤션시설 안에서만 진행했지만 이번 APEC은 회의장부터 만찬장, 미디어센터 등 모든 시설을 새로 지어야 해 특히 불안이 컸다"고 소회했다.
하지만 그는 "3주간 경주를 답사해본 결과 경주에는 다보스포럼을 동시에 2개 열 수 있을만큼 행사개최 공간이 많았다"며 "국제회의 수준에 약간 부족한 부분은 개·보수로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또 "만찬장의 경우 안전성 검증 및 안정화 작업에 필요한 시간이 촉박해 변경하게 됐다"며 "경주지역의 마이스 전문인력이 정말 부족했기에 이는 일정부분 서울서 공수했다"고 뒷이야기를 밝히기도 했다.
최 대표는 "이번 APEC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의 깊이, 그 위상을 세계에 보여주는 복합적인 국가브랜드 플랫폼으로서 정점을 이뤘다"며 "행사는 끝났지만 한국 외교와 유산의 기록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은주 한림대학 교수는 '2025 APEC 정상회의 성과 확산 방안'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APEC 이후 마이스 산업을 지속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APEC 성과를 확장하고 지속하려면 한국 마이스 산업만을 위한, 한국이 마이스 목적지로 인식될 수 있게끔 하는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APEC의 가시적인 성과로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와 보문관광단지 리노베이션, 숙박행사 인프라 개선, 글로벌 미팅 시티 브랜드 부상, 지역 균형 마이스 사례 확립 등을 들며 "이번 사례는 다른 기초지자체에서도 대형 국제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큰 행사를 작은 도시에서 개최할 방안들을 고민해야 한다"며 "지역에도 마이스 전문 인력을 많이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2005년 부산 APEC, 일본 교토의 COP 개최, 영국 콘월의 마이타운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며 "지역에 남길 수 있는 레거시가 많지만 실제 효과가 남게끔 누군가 나서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윤 교수가 제시한 APEC 성과 활성화 방안으로는 △K-마이스 네트워크 구축 △APEC 동선 모델 전국 확산 △마이스 상시 플랫폼 구축 등이 있다. 특히 APEC 운영 경험을 교육 컨텐츠화해 소도시도 대형행사를 치를 수 있는 표준 운영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PCO의 운영 노하우 매뉴얼뿐만 아니라 주최자도 행사 이해도를 위한 매뉴얼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윤 교수는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인터컴을 비롯해 회의장 설계를 맡은 시공테크, 의전·셔틀차량 전반을 담당한 그라운드케이 등 실무기업들이 모여 회의 준비 과정에 관한 뒷이야기를 풀었다.
박병준 시공테크 수석은 "회의장 설계에서 한국적이고 자연적인 미를 가장 중시했다"고 밝혔고, 장동원 그라운드케이 대표는 "모든 차량에 디지털 단말기를 부착해 차량의 실시간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교통 체계를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인숙 한국관광공사 마이스실장은 "APEC은 단순 회의가 아닌 K-컬처를 홍보하는 축제의 장이었다"며 "지금 시기는 정부에서도 마이스 산업을 밀어주는 만큼 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목표 방한객 3000만명을 수용하려면 지역 분산 수용이 필수적인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마이스밖에 없다"며 "마이스를 통해 부족한 서비스와 인프라 개선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는 "코로나 이후부터 한국에 오고 싶다는 반응이 해외에서 늘어났지만, 정작 한국 유관기관, 지자체 등은 이러한 수요에 매우 소극적이었다"며 "이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산업, 학계와 함께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공사에서 이번 성공 개최 사례를 활용해 한국을 홍보하고 실질적인 방한수요를 올리는 데 힘쓰겠다"며 "특히 해외의 국내 마이스 수요와 더불어, 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끔 국내의 마이스 의지를 키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니크베뉴 활용 성공사례와 향후 발전과제'를 주제로 한 두번째 세션에서는 김은희 라온데이터앤컨설팅 대표가 유니크베뉴 활성화를 위한 방향으로 △장소 자체의 매력 제고 △베뉴의 기본 시설 요건 △베뉴의 적극적인 협조를 제안했다. 특히 유니크베뉴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로는 △장소의 상징성과 역사성 △접근 희소성 △독창적 체험 콘텐츠를 들었다.
김 대표는 유니크베뉴가 "단순 시설이 아니라 특정 공간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의 차별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경험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이스산업에서 장소가 갖는 힘은 매우 크고, 최근에는 특정 장소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그 의미에서 마이스산업에서의 유니크베뉴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유니크베뉴 발굴이 이뤄지고 있지만 양적 성장의 한계, 특색 및 매력의 약화, 수요자 의견 반영 부족 등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수요자 의견을 반영한 질적 성장 중심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유니크베뉴 전담 창구 운영, 유니크베뉴와의 업무협약, 베뉴별 대관 가이드라인 지원 및 관리 등 운영 협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대표는 아무리 장소가 매력적이어도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마이스 목적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니크베뉴로서의 의미가 없다며 "협조가 잘되고 실제 행사 운영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니크베뉴에 시그니처 행사를 만들어 공간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대표는 "유니크베뉴는 핵심 브랜드 자산을 만드는 서브 플레이어"라며 "단순시설이 아닌 콘텐츠이자 마이스를 만들어갈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