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성공, 지역마이스 활성화 '마중물'..."운영모델·메뉴얼 구축해야"
2025-11-26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이후 사실상 전멸하다시피했던 국내 유치된 국제행사가 다시 되살아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APEC 정상회의는 21개 회원국들이 참여해 지난달 31일에서 이달 1일까지 경북 경주에서 진행됐다. 국내 지방 중소도시에서 열린 첫 국제 정상회의라는 점에서 이번 행사개최는 의미가 남달랐다. 그동안 국제 정상회의는 인프라를 이유로 서울·부산·제주 등 대도시에서만 열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주를 개최지로 선정하고 APEC 개최 막바지까지 경주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숙박시설 부족을 비롯해 인프라 부족 그리고 박물관 광장에 80억원을 들여 짓고있던 만찬장은 행사 한달을 앞두고 변경됐다. 화장실이 없었던 거였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APEC 정상회의는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이 국내외 모두의 한결같은 평가다. 무역전쟁으로 극한대치를 하던 미국과 중국의 수장들이 모두 경주를 방문한 것도 세계의 이목을 '경주'로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보안 등을 문제삼아 경주가 아닌 서울·부산에서 머물며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모두 경주에 숙박했다. 각국 정상은 물론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도 경주에 머물렀다. 행사로 인해 일부 지역에 교통통제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도시 기능이 마비될 정도의 문제는 없었다.
정부가 '천년 고도의 도시' 경주를 행사에서 국가마케팅으로 십분 활용한 측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천마총 금관 모형으로 전세계가 '금관'에 주목하면서 국립경주박물관 관람객은 평소보다 2배 늘었다. 특히 신라금관 6점을 모아놓은 특별전은 개막전부터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시진핑 주석에게 선물한 '황남빵'은 구매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황리단길을 비롯해 동궁과 월지, 불국사 등 APEC 주요 인사들이 찾은 관광지는 여행 성지가 되면서, 경주 관광산업이 살아나고 있다. 라한셀렉트 호텔, 코오롱호텔 등 정상들이 묵었던 호텔들은 귀빈이 머문 객실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준비하며 APEC 특수를 이어가고 있다.
컨벤션산업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이번 APEC 정상회의가 열린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는 경주시가 지역 컨벤션산업을 키우고자 1200억원을 들여 2015년 건립했다. 연면적 3만1336㎡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동시 수용인원은 최대 4300명이다. HICO는 개관 이후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으나 이번 APEC을 계기로 향후 행사 유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에 마이스 업계에서는 APEC을 계기로 국내 관광·마이스 시장이 활기를 띠게 됐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PCO업계 한 관계자는 "APEC 준비기간에 PCO 및 관련기업들의 일감이 크게 늘었다"며 "APEC의 파급효과에 대해선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업계에 낙수효과가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경주화백컨벤션뷰로(경주CVB)의 조덕현 마이스사업본부장은 "회의 참석자들은 역사와 첨단이 조화를 이룬 경주의 모습에 감탄했다"며 "천년고도로서 역사가 깊은 도시로만 여겨지던 경주에서 로보틱스, 미디어파사드 등 여러 첨단기술을 선보인 것에 특히 강한 인상을 받은 것같았다"고 당시 행사 분위기를 전했다.
경주CVB는 APEC 정상회담이 열린 경주화백컨벤션센터의 운영기관으로, 경주시 산하 재단법인이다. 시가 정책을 맡았다면, 경주CVB는 행사시설 관리, 참가자 환경 조성, 행사 홍보 등 실무 전반을 담당했다.
조덕현 본부장은 "부산, 베트남 다낭 등 사례를 비춰봤을 때 경주도 APEC 후광효과를 누릴 것"이라며 "APEC을 계기로 경주의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져 관광객 증가 등의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주시는 추후 APEC 사후 효과를 조사할 계획이다. 한국마이스협회도 APEC의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현대 한국마이스협회 회장은 "최근 KBS에서 마이스를 조명한 다큐를 선보이는 등 APEC의 영향으로 마이스 산업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며 "APEC이 국내 마이스 산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PEC이 국제행사 유치에 도움이 될지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영향 및 역할, 앞으로의 방향성 등을 협회 차원에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