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성공, 지역마이스 활성화 '마중물'..."운영모델·메뉴얼 구축해야"
2025-11-26
디자인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이다.
서울인, 나아가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울 최대 디자인 축제 '2025 서울디자인위크'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및 서울시 일대에서 15일 개막됐다. 이번주 내내 비 소식이 예고됐지만, 개막 당일인 이날은 신기하게도 서울 하늘이 맑게 갰다.
디자인위크는 도시의 정체성과 색채를 전세계인에 선보이는 자리로, 내로라하는 대도시라면 전세계를 막론하고 개최한다. 이 가운데 국내서 열리는 서울디자인위크는 서울디자인위크는 단순 전시에서 그치지 않고, 산업적 관점에서 디자인을 조망하고 디자인 산업의 집결지로 자리잡으며 마이스 산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여기에 콘퍼런스·마켓·시민 참여 프로그램까지 어우러진 도심형 축제다.
서울디자인위크는 지난 2014년 DDP 개관과 함께 시작해 올해 12회를 맞이했으며, 15일~26일까지 12일간 서울 시내 150여곳에서 진행된다. 시 전체가 하나의 디자인 미술관이 되어, 일상 속에서 디자인을 향유할 수 있게 한 셈이다.
서울디자인위크의 꽃은 DDP디자인페어로, 전시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마이스 행사다. 특히 이번 전시는 무신사의 유통플랫폼 29CM와 협업해 MZ세대 취향을 저격할만한 전시로 구성됐다.
DDP 아트홀에 마련된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삼각형들이 반겨줬다. 단순 조형물이 아닌, 디자이너의 소장품들을 고이 마련한 전시대다. 우리 전통을 간직한 그릇과 반상부터 도자기, 일본산 소니 카메라, 멋드러진 기타, 오래된 LP 앨범, 흙 묻은 운동화까지 물건 종류도 가지각색이었다. 단순 오래돼보이는 이 물건들은 이석우, 양태오, 문승지 등 국내 유명 디자이너 10명의 애장품으로, 디자이너가 소장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가치를 갖고 서울 디자인의 트렌드를 대변하는 셈이다.
전시관은 70여개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인생이 맥시멀리스트 △쉼 예찬론자 △고요한 미식가 △낭만적 실용주의자 4가지 콘셉트로 나뉘어 있어 취향에 맞게 둘러볼 수 있었다. 전시관도 일직선으로 배치돼 있어 동선이 직선적이고, 너무 넓지 않으면서도 밀도있게 구성돼 부담없이 둘러보기 좋았다.
전시된 작품들도 예쁘고 감각적이면서, 구입해서 바로 쓸 수 있는 실용적인 일상 제품 위주였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쉼 예찬론자'의 부스들은 실제 침실처럼, '고요한 미식가'의 부스는 주방처럼 꾸며져 있어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인생이 맥시멀리스트' 전시관에는 아예 아파트를 본딴 거대한 29CM 부스가 자리잡고 있었다. 크기부터 '맥시멀리즘'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각각의 제품도 좋지만, 이들 제품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콘셉트,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전시 구성 자체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현재 29CM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홈패브릭 브랜드 '핀카'에서는 다양한 모양과 색상의 천 제품이 조그만 쿠션 내지는 침대 모형으로 한데 모여있었다. 긴 테이블에 잘 차려진 과일들도 모두 솜과 하얀 천으로 만든 인형이다.
'이야이야앤프렌즈'는 처음 보고선 캐릭터 브랜드인줄 알았다. 알고보니 올리브유를 판다고 한다. 시종일관 옆을 흘겨보는 귀여운 캐릭터들 덕분인지, 이 브랜드가 SNS에서 인기몰이 중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테이블웨어 '사브르', 침구 브랜드 '식스티세컨즈'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여있어, 나의 라이프스타일 취향은 무엇일지 찾아볼 수도 있다.
일렬로 나열된 전시관을 다 둘러보고 나오면, 복도에 꾸며진 '영디자이너 특별관'이 반겨준다. 19개의 대학생 팀이 농심, LG전자 등 대기업과 협업해 개발한 디자인 제품들이다. 귀여운 소품부터 재활용 장난감, 화분, 자동차, 로봇까지, 이를 모두 둘러보고 나면 처음 들어왔던 입구로 자연스럽게 돌아오게 된다.
이밖에도 DDP 디자인랩 4층에서 100인의 디자이너가 100개의 의자를 제작해 선보이는 '시팅서울(Seating Seoul)', 이간수문전시장에서는 디자인 스튜디오 12개의 디자인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어펜딕스' 등 특별전시들을 만나볼 수 있다. DDP 뮤지엄 둘레길과 둘레길갤러리에서도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지원한 4개 디자인산업을 보여주는 '서울디자인산업 스펙트럼'이 진행된다.
주말에는 빈티지 의류부터 디자인 소품, 먹거리가 어우러진 '디자인마켓'이 열리며, DDP 어울림광장에서는 이야이야프렌즈와 '클리오 디자인'의 포토존, '닥터포헤어', '롱블랙' 등의 팝업스토어가 마련된다.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서울디자인위크를 통해 한국에도 젊고 유능한 디자이너가 많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서울의 디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공공기관 차원에서 서울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서울디자인위크는 재단이 1년간 농사지은 모든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라며 "재단의 설립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핵심 행사이자, '디자인의 성지이자 팝업의 장' DDP가 지닌 본질을 가장 잘 응축해 보여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이 2010 세계 디자인수도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선정되는 등 디자인으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그 중심에 DDP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개회식에서 "디자인은 정체성을 세워주고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삶에 예술을 더한다. 디자인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삶의 질을 높이는 곳이 바로 서울"이라며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도시로 떠오르고, 나아가 하나의 장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