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관광객, 가성비 중심 쇼핑...총소비액은 '급증'

김나윤 기자 2025-12-16 11:12:56
(이미지=한국관광공사)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형태가 개인 취향을 반영한 '가성비'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는 방한 외국인의 전체 관광 지출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쇼핑' 트렌드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냈다고 16일 발표했다.

2018년부터 2025년 9월까지 한국관광데이터랩에 집계된 외국인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 소비에서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다. 외국인 관광객의 구매 1건당 평균 지출액은 2019년 15만원에서 올해 12만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1인당 총소비 금액은 같은 기간 83% 급증했다. 단가가 낮아졌음에도 전체 지출이 늘어난 것은 구매 횟수가 124%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고가품을 한두 개 구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중저가 상품을 여러 개 구매하는 방식이 한국 관광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관광공사는 설명했다.

특히 한국적 감성과 취향을 담은 'K-라이프스타일 소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1∼9월 외국인 카드 결제 건수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가챠샵이 142% 늘었고, 문구가 48.7%, 서점이 39.9% 증가했다.

한국의 대표 문구 브랜드로 꼽히는 아트박스는 영종도(550.0%), 이수(325.0%), 부산 서면(85.4%) 등 공항과 교통 요충지부터 로컬 상권까지 고르게 성장했다.

올해 1∼9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의 패션 소비 건수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3.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언더웨어(59.1%), 스포츠용품(33.4%), 액세서리(33.0%), 스포츠웨어(32.8%) 등이 성장세를 주도했다.

언더웨어는 팬데믹 이후 성장세가 가팔라진 품목이다. 일본(16.7%)과 미국(15.8%)이 주 소비 국가이며, 최근에는 싱가포르(139%), 대만(114%) 등에서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성수2가1동(650%)이 가장 빠르게 확장됐고, 명동(62.9%)과 연남동(13.9%)에서도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보였다.

뷰티·건강 제품 소비는 몇 년째 고성장 중이다. 2018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19.1% 성장한 데 이어 올해에도 40.4% 증가했다. 세부 분야별로 화장품(35%), 약국(67%), 건강식품(75%) 등이다.

뷰티 분야에서는 올리브영이 명동·강남 등 기존 상권뿐 아니라 성수연방(381%), 경복궁역(425%), 송도 프리미엄아울렛(536%) 등 다양한 지점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뷰티 소비는 자연스럽게 약국 소비로 이어져 피부·영양관리 등 일상형 웰니스 제품 중심으로 확대됐다. 연고, 파스, 영양제, 상비약 등이 인기이며, 대만(342%), 리투아니아(304%) 등에서 약국 소비가 크게 늘었다.

건강식품은 올해 75.1% 증가하며 뷰티·건강 부문 중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주로 홍삼·인삼이 소비됐다.

이미숙 공사 관광데이터전략팀장은 "외국인의 쇼핑 방식이 고가 중심에서 일상·취향·웰니스 중심의 실용형 소비로 전환된 것은 한국 라이프스타일과 K-콘텐츠가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